역사의 체리피커

히틀러가 악한 사람이라는 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는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희대의 잔혹한 살인마이고, 학살자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그는 청중을 사로잡는 뛰어난 연설가이자 대중을 움직이는 능력을 가진 리더였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독일 민족을 위해 사용한 그의 방식이 윤리적으로 잘못되었음은 명확하지만, 그가 최악의 리더였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능력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나는 절대 히틀러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에게서 배울 점이 없는 순수한 악이라 치부하는 대신,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필요한 부분은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좋은 사람이었는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딸을 외면했으며, 동료들에게 독선적이었고, 성격 파탄자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무작정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존경하고 추종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청중을 휘어잡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을 알았으며,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 혁신을 일으키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은 그 자체로 무언가 독보적인 능력을 가졌기에 역사에 기록된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장점을 배우고 단점은 버리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즉, 역사의 체리피커가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체리피킹은 타인의 노력을 가로채거나, 자신의 공인 양 포장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내가 제시하는 역사의 체리피킹은 다른 뜻이다. 누군가의 능력을 배우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그를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글쓰기를 배운다고 비난받는가? 프로그래밍을 배운다고 손가락질 당하는가? 언변과 구술을 연마한다고 욕을 먹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누군가의 능력과 특성 중에서, 좋은 것들만 쏙쏙 빼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나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 않은가?

물론 이 주장에 대해 윤리적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맞는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내가 특정한 인물을 롤모델로 삼고, 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순히 그들이 지닌 용기, 결단력, 설득력, 실행력을 배우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이 항상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건전한 윤리관이 이미 형성되어 있는 성인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이다. 아직 윤리관이 올바르게 형성되지 않았고, 가소성이 높은 소년기에는 적용되면 상당히 위험한 방법이다.

연쇄살인마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레지스탕스가 되라는 것도 아니다. 자신만의 가치관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서 배울 강점, 장점이 있다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반면교사 삼아야 할 단점이 있다면 철저히 배제하면 된다.

수학을 배우면서 원리를 이해해야지, 문제와 풀이를 무작정 외우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마찬가지로, 역사와 인물을 바라볼 때도 단순히 한 인물을 선과 악, 흑백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남긴 영향과 업적을 분석하고 그 중에서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 그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배우라는 것이다. 히틀러의 청중을 휘어잡는 연설력, 스티브 잡스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능력, 그리고 현실을 변화시키는 추진력만을 배우자는 것이다. 누군가를 계획적으로 학살하거나 자신의 딸을 외면하라는 말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내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하는 행동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이 노력의 과정이라면, 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역사의 체리피커가 되자. 배울 점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그것이 인간의 의무이다.

2025년 3월 1일 (토) 문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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